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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에 이어 '건축왕' 구속

건축업체를 운영하면서 주택 2천700채를 소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던 남 모 씨가 드디어 구속되었습니다.

변제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16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사기혐의가 적용된 것인데요. 이들에게 수수한 금액이 무려  126억 원이나 됩니다.
 
앞서 지난 12월에 발부된 구속영장은 <임대차계약>이라는 절차를 통해 금액을 수수한 행위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기만’ 행위로 보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심문 태도나 그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구속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기각을 했었습니다.

건축 결국 구속 

결국 경찰은 이번 영장을 청구할 때에는 남 씨가 국세와 지방세를 체납하기 시작하고 직원들에게 ”자금 사정이 어려우니, 재계약시 돈을 올려서 받으라”는 카톡 메세지를 보낸 이후의 계약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변제할 능력이 사라진 시점 이후의 임대차계약들은 사기의 구성여건을 갖추게 되어 구속에 도움이 되었지만, 범행기간도 함께 줄어들어 피해자는 327명에서 163명으로 피해금액은 266억 원에서 126억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을 “정부 정책의 실패를 발판으로 한 사회적 재난”이라 주장하면서 남 씨뿐만 아니라 그와 “공모한 자들도 모두 구속되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만 이 재난을 멈출 수 있다”라고 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들이 아니야! 

경찰은 이번 사건을 남 씨와 함께 공인중개사 8명과 중개보조원 25명을 비롯한 모두 59명이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빌라와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역시 전세가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입니다. 지난 포스팅 전세제도 - 위험한 폭탄 돌리기에서도 주장한 바와 같이 전세제도가 가지는 근본적인 불안전성과 위험성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범으로 지목된 공인중개사들과 감정평가사들을 본보기로 처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 씨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중개거래를 했거나, 대출금액을 높이기 위해 실제보다 높은 가격으로 감정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의뢰인들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YTN
[출처] 연합뉴스

이는 곧바로 <공인중개사법>과 <감정평가사법> 개정으로 이어졌는데, 현재는 공인중개사가 직무 관련 범죄로 징역형 이사의 처벌을 받아야 자격이 취소되지만 이를 집행유예 이상으로 강화하고, 감정평가사는 직무관련 범죄로 금고이상을 1회만 받아도 자격이 취소됩니다.
 
다른 자격사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나름의 전문영역에서 의뢰인들을 상대하는 이들이 자신의 직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으니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슈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지탄이 되는 대상을 골라 공개처형 하듯이 처벌하고 넘어가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그렇게 지목되는 대상들은 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단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나 변호사, 의사들이 직무와 관련되어 저지르는 파렴치한 범죄들이 국민들을 분노케 하지만 그들을 제도적으로 처벌하자는 움직임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의 입장을 옹호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마녀 사냥하듯 그들을 응징하면 국민의 분노는 잠시 가라앉을지 몰라도 문제의 본질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전세제도라고

빌라왕이나 건축왕은 전세제도가 없었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합니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매매차익만 노리고 빌라를 날림으로 건축하거나 매입한 후 중간 과정에서 임차인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수법에 전세가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전세제도가 없어져야 이런 방식의 범죄들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를 <자격박탈>이 아니라 <사형>에 처해도 전세가 남아 있다면 제2의 빌라왕이나 건축왕은 다시 등장합니다.
 
인위적으로 전세제도를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LTV를 대폭 낮추고 전세대출을 줄이고 실거주 하지 않아도 양도세를 과세하지 않는 투기를 조장하는 세법들만 일부 개정해도 주택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들은 줄어들게 됩니다.

다만, 국민의 상당수를 불편하게 만드는 그 어려운 일은 결국 정치권의 몫인데… 어느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할까요?
 
그러는 사이 부엌에서는 생선이 썩고 파리가 꼬일 텐데, 용감하게 파리채를 휘두르고 싶은 정치인들은 많아도 썩어가는 생선을 치우겠다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습니다.